칼럼&논문
권력에 대한 의지 하나로 블라디미르 레닌의 후계자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말 못 할 자격지심에 시달렸다. 소련 공산당 정치국 내 자신의 경쟁자인 레온 트로츠키나 니콜라이 부하린 등에 비해 가방끈이 짧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철학이나 이론에 밝지 못했고 레닌의 혁명이론을 곡해한다는 경쟁자들의 비난에 직면했다. 누구보다 그의 깜냥을 잘 아는 레닌도 1924년 사망 전 아내에게 남긴 유언을 통해 스탈린을 제거하라고 했을 정도였다.
레닌 사후 트로츠키 등과의 권력투쟁을 막 시작한 스탈린은 1925년부터 3년 동안 마르크스 엥겔스 연구소의 부소장 얀 스텐 교수를 일주일에 두 차례 불러 개인교습을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의 배경인 헤겔과 칸트의 철학을 관념론이라고 비판하면서 스텐 교수를 비난했다. 권력을 공고화한 1937년에는 급기야 그를 감옥에 가두고 총살해 버렸다. 숙청을 밥 먹듯 했다지만 스승을 자기 손으로 죽인 배경에는 최고 권력자가 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 열등감과 자신의 무식을 알고 있다는 불쾌감이 있었을 것이다.
꼭 7년 전인 2013년 12월 12일 고모부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을 형장의 연기로 날려버린 김정은의 심리도 비슷했을 것이다. 조선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는 2013년 12월 8일 결정서에서 장성택의 죄를 줄줄이 열거했지만 실은 2008년 나이 어린 조카에게 권력이 넘어갈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라종일 전 주일 대사는 2016년 발간한 ‘장성택의 길’에서 “(장성택의 훌륭한) 자질들은 특히 연령이나 경륜이 일천한 새로운 지도자에게 불안한 요인이 아닐 수 없었다. 집권 초기에는 자신의 든든한 후원자이며 스승 같은 인물이 점차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고 김정은의 마음을 예리하게 짚었다.
지크문트 프로이트와 카를 구스타프 융에 이어 세계 3대 심리학자로 불리는 알프레트 아들러는 신경증의 근원은 유년 시절부터 자아 깊은 곳에 뿌리박힌 열등감이라고 갈파했다. 모든 것이 부족한 유아기 때 형성된 열등감은 세상을 자기식대로 해석한 결과인 ‘사적 논리’를 만들어 내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이것을 ‘공동 감각’, 즉 상식으로 바꾸지 못한 인간들은 신경증과 같은 병리현상을 겪는다는 것이다. 일부는 과도한 권력을 추구하게 되는데 스탈린과 김정은이 딱 그런 경우다. 생전의 아들러는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권력욕도 어린 시절 열등감에 대한 분노로 설명했다.
서재진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 지배층 역시 일제강점기 김일성의 항일 신화와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허구적 사적 논리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이 성장 발전하는 길은 공동 감각의 세계, 즉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하고 인류 보편적인 가치관을 가지며 국제사회와 정상적으로 관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생 북한을 연구하다 은퇴 후 리더십 코치로 변신한 그는 최근 아들러의 심리학을 원용한 리더십 코칭 책 ‘아들러 리더십 코칭’을 펴냈다. 상담을 통해 사적 논리가 열등감 때문임을 깨달으면 상식을 가진 리더로 거듭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2월 하노이 외교 참사에 이어 경제제재와 코로나19 등 대내외적 악조건에 둘러싸여 비합리적인 통치행위를 하고 있다는 김정은이야말로 코칭이 필요한 것 같다. 코로나19 방역물자도,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도 거절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열등감의 소산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열등감에 근거한 사적 논리로 권력을 유지하는 독재자나 측근들, 그들의 체제는 상담의 가능성도, 개선의 여지도 없다는 게 문제다. 세계 평화를 위협했던 스탈린의 소련도,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 독일도,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이탈리아도 이젠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유다.
신석호 디지털뉴스팀장 kyle@donga.com
[출처: 동아일보 2020.12.04 오늘과 내일] 열등감에 빠진 전체주의자들의 최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