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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윤상호] 종착점 앞둔 북핵 완성, 총체적 방어전략 서둘러야
북한의 핵위협이 ‘레드라인(금지선)’에 바짝 다가섰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7차 핵실험으로 전술핵 개발까지 성공한다면 북한의 핵 무력은 ‘마지노선’을 넘게 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거리미사일뿐만 아니라 장사정포까지 핵탄두를 실어서 전방지역에 촘촘히 배치해 한국 전역을 ‘정조준’하는 사태가 현실로 닥치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을 영구적 ‘핵 인질’로 삼는 동시에 수소탄을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겨냥해 미국의 발목을 꽁꽁 묶는 것이야말로 김정은이 집권 내내 몰두한 대남·대미 핵전략의 종착점이다.

이 같은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는 한반도 전쟁 패러다임을 뿌리째 뒤흔들 것이다. 다종·다량의 핵무기를 지렛대로 삼아 예측불허의 기습·배합전으로 한국을 무차별 공략하는 시나리오를 더 이상 가능성의 영역으로 여겨선 안 된다는 얘기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강력한 핵 무력을 뒷배 삼아 더 대담하고 기습적인 도발 옵션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정은이 한미의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와 양상으로 대남 도발을 시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개전 초 다량의 전술핵을 사용해 최단 시간 전쟁을 종결짓기 위한 ‘핵전쟁계획’ 수립에 이미 착수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북한이 작전계획 수정 사실을 알리면서 김정은이 인민군 수뇌부와 함께 남한 지도를 걸어놓고 회의를 하는 장면을 공개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임계점’에 근접한 북한의 핵 무력에 맞서기 위해 군이 대북 방어전략을 원점에서 재정비하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한미 양국이 지난해 말부터 연합 작전계획(OPLAN) 수정 작업에 착수한 것은 그 첫 단추를 꿰는 작업이다. 그 이면에는 한미 연합군의 재래식 전력에 기반한 현 연합 작계로는 북한의 기습적이고 동시다발적인 핵 공격을 억지·격퇴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군 안팎에선 각종 전략무기와 핵우산 등 대북 확장 억제를 운용하는 미 전략사령부와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작계와 연합 작계를 연동하는 수준의 대응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북한이 한국에 핵을 사용하는 즉시 수십, 수백 배의 핵 보복이 작동하는 ‘핵 인계철선(nuclear trip wire)’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필자는 본다.

또 발사 후 30분 내 평양을 핵 타격할 수 있는 미국의 미니트맨3(ICBM) 시험 발사나 핵무장 폭격기의 운용 현장 등을 한미 군 지휘부가 주기적으로 공동 참관하는 것도 강력한 대북 경고가 될 것이다. 미국의 가공할 핵전력이 ‘종이호랑이’나 수사적 문구가 아니라는 점을 북한에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논의될 대북 확장 억제의 실행력 제고와 미 전략자산의 전개 강화 방안도 이 같은 관점에서 강구돼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한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군이 미래연합사령관을 맡아 한반도 전구(戰區)작전을 주도하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군 수뇌부의 전·평시 지휘 이원화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래연합사령관과 합참의장이 전·평시 지휘를 각각 맡게 되면서 북한의 전면 도발이나 대규모 확전 등 분초를 다투는 유사시 작전 지휘에 차질과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후방이 따로 없고, 전·평시 구분도 모호한 현대전에서 대북 작전지휘의 이원화는 전시에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적극 활용한 북한의 고강도 기습도발이 용이한 좁은 한반도 전구에선 단일 지휘관이 전·평시 작전지휘를 모두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선 합동군사령관을 신설해 미래연합사령관이 겸직하는 방식으로 1명의 지휘관이 작전 지휘를 모두 책임지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전술핵 배치 등 북한의 핵 무력이 증강될수록 대한민국의 안위는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휴전 이후 최대 안보 위기로 귀결될 북한의 핵고도화 위협을 어떻게 억지하고 격퇴할지 군은 지휘체계부터 전략·전술적 분야 등 대북 방어태세의 모든 부분을 치밀하게 점검하고 미비점 보완을 서두르길 바란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