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우리 아이들의 & 아름다운 한반도)
화정평화재단 제16차 한중일 심포지엄
1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참석자들이 ‘긴장과 대화―동아시아의 향방’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심포지엄은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일본 아사히신문이 공동 주최했다.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은 외형상 성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는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과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 그리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공동 주최한 제16회 한중일 심포지엄이 ‘긴장과 대화―동아시아의 향방’을 주제로 18일 도쿄대에서 개최됐다. 올해에는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에 관여한 전직 관료 2명이 참가해 한미일중 4개국 지식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지금이 한반도의 정치 및 안보환경의 대전환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낙관론이 많았으나 완전한 비핵화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 견해가 다수였다. 참석자들은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이를 각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하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북한 비핵화와 평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각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 북-미 정상회담 성공할까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고려대 교수)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것만으로 절반의 성공이지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마음이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성공 여부는 당일 선언이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에 돌아가서 실제로 그것을 대내적으로 공표하는 작업을 거치는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3개월 동안 핵무기 핵물질 최초 신고서를 어떻게 내는지는 바로미터(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톈충(劉天聰) CICIR 한반도연구실 부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은 열리면 성공이고 개최 못하면 실패”라고 전망했다. 그렇게 보는 이유에 대해선 “대화 과정에서 성과가 없다면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며 “열린다면 외부에서 보는 한 성공하는 회담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미국 모두 국내적으로 ‘성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북한이 핵을 희생해서라도 얻으려는 것은 북-미 국교 정상화 프로세스가 가시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은 미국과 중국의 문제다. 미중이 휴전하고 대응해야 할 문제이고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그 밥상을 차려줄지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서 분단된 곳은 한반도가 유일하다. 통일이 안 되면 동아시아 평화도 어렵다. 이 과정은 국제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독일 통일도 국제 협력 없이는 못했다”고 강조했다.
○ 비핵화에는 비관적 신중론
현 전 장관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신중론’을 강조했다. 우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또 보상 조건(미국은 선비핵화 후보상, 북한은 단계적 동시적 조치), 북한과 미국의 국내 변수, 주변국 변수를 들며 낙관론에 빠져 봐야 할 것을 보지 않는 실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 부연구원은 북핵 해결방안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전략목표, 행동 대 행동의 원칙, 다자간 대화 분위기가 필요하다”며 “모든 국가가 같은 방향으로 한반도를 정치 대화의 궤도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마크 파이플리 전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고전적 외교 즉, 사전에 충분히 협상하고 준비하는 외교는 모른다”며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은 극장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하시 료(佐橋亮) 가나가와대 교수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아직 주변국과 전략목표 조율이 안 된 채 북한과 미국이 딜을 계속하는 상황”이라며 지나치게 빠른 속도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주변국 협력, 특히 중국의 역할 중요
김한권 한국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와 조건, 이행 검증에 많은 이견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한반도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정략적 정책구도하에서 다뤄지기 때문”이라며 “한반도 비핵화가 온전히 진행되려면 유엔 등 공식기구와 국제여론 안에서 다뤄질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샤오쥐(樊小菊) CICIR 일본연구소 소장 대행은 역사문제가 안전보장에도 영향을 준다면서 “이 같은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기흥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금까지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이후 핵 해결 뒤 한반도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깊이 논의하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코다 데쓰야(箱田哲也)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은 “한반도를 오래 연구해온 연구자일수록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진정성이 높다고 보는 사람이 늘었다”며 “북한을 대화의 틀에 계속 묶어두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후루야 고이치(古谷浩一)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은 “북핵 해결에서 한중일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서영아 sya@donga.com / 장원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