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우리 아이들의 & 아름다운 한반도)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北과 협상 타결에 느긋한 트럼프, 계산된 전략?
Q. 20일 북한이 비무장지대 감시초소 10곳을 동시에 폭파하면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말한 완전 파괴에 대한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 현재 신고하지 않은 미사일 기지 13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정부도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핵능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그다지 급하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북한과의 협상 타결을 서두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은 어떤 것일까요?
A. 2018년 한반도 정세는 왕성함을 넘어 역사적 이벤트가 넘쳐났던 상반기와 급속히 속도 조절에 나선 하반기로 대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북정상회담만 3차례(4월, 5월, 9월) 열렸고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도 6월에 싱가포르에서 진행됐습니다. 남북과 북-미의 만남을 전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3차례(3월, 5월, 6월)나 만났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던 정상외교가 펼쳐진 한 해로 기록될 것입니다.
격변의 한 해를 정리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키워드를 뽑아보자면 1년 내내 열정적이었던 남북관계와 ‘전열후냉(前熱後冷)’의 북-미관계로 대별해 볼 수 있겠습니다. 6월 정상회담 때까지 간도 쓸개도 다 내줄 것 같았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이었지만 후반기에는 급속도로 냉랭해진 흐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북-미관계가 속도조절을 하면 할수록 남북간의 ‘민족공조’는 더 탄력을 받는 모양새였습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 채널이 유지해 온 북-미 고위급 회담은 11월 김영철의 방미가 전격 연기되는 등 이상 징후가 역력합니다.
반면 남북관계는 과속을 걱정할 정도로 원활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9월 평양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은 착실히 이행되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철도·도로연결 사업이 안보리 결의의 예외로 인정키로 했습니다. 미국(정확히는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는 유엔사령부)의 승인도 초읽기에 들어간 듯 합니다.
앞서 미국 현지시간으로 20일 열린 한미워킹그룹 첫 회의 날 폼페이오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북한 비핵화가 남북관계 증진보다 후순위가 아니라는 점을 한국에 분명히 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거대한 흐름은 유지될 것 같습니다.
자 이제부터 질문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답변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비핵화 논의가 지지부진 한 것은 물론 북한이 슬금슬금 핵 활동을 재개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리포트로 논란이 된 삭간몰 미사일 기지에서 지속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나, 영변 핵시설에서 움직임이 있으니 핵사찰이 필요하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적이 나오는 것은 서방의 우려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입니다.
다만 미국 백악관을 포함한 주류에서는 협상 샅바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북한 측의 협상전술로 보려는 시각이 강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은 어떤 것일까요?
사실 11월 초에 치러진 중간선거 결과로 하원 다수당의 지위를 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국내정치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대북정책의 추진에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하원 위원장을 독식한 민주당의 견제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명확히 검증하지 않은 채 정략적인 목표를 위해 이용하고 있다는 의식이 강합니다. 말로만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은 북한에 기민당하고 있다는 비판도 내놓고 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상반기와 같은 북-미관계 속도내기가 부담스러워진 상황이 되고 만 것입니다. 어차피 북한이 핵 신고서 제출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북한이 원하는 제재완화나 종전선언합의 등의 ‘추가적’ 당근을 내놓을 유인이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레토릭’ 역시 6개월→1년 등을 거쳐 이제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정도로 까지 느긋해진 상황입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언제 열릴지도 불확실합니다. 어쩌면 열리지 않을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정부가 다급해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최고의 목표는 결국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인 만큼 미국과 북한의 협상과정을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남북관계 때문에 미국의 비핵화 협상력을 약화시켰다는 소리를 들어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