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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하태원] 한미 6번째 정상회담 ‘격식’ 두고 오락가락, 그 배경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번째 정상회담을 앞두고 흔히 알려지지 않은 영어 단어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풀 어사이드(pull aside)라는 단어인데, 직역하면 ‘한 쪽으로 끌고 가다’는 정도로 풀이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교가에서는 격식을 갖춘 회담이 아니라 회담장을 벗어나 약식으로 갖는 대화의 형식으로 통용됩니다.


오늘 하루 종일 이 문제를 두고 한미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1월 30일 오전 백악관은 “회담은 정식 양자회담 대신 G-20 정상회의에서 ‘풀 어사이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역만 대동한 채 배석자 없이 정상회담을 하자고 백악관이 제안했고 우리가 수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후 들어 발표 내용이 좀 달라졌습니다. 순방 중 청와대는 현지 브리핑을 갖고 “11월 30일 오후 3시15분 부터(현지 시간) 양자회담장에서 열리는 것으로 확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자회담장’에서 열린다는 것은 공식 양자회담이라는 뜻입니다.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청와대 측의 백그라운드 설명 버전입니다. 애초 미국은 현지시간으로 12월 1일 오후2시에 양자회담을 하자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문 대통령의 추후 순방일정 등을 고려해 11월 30일 개최하자는 뜻을 펼쳤고,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풀 어사이드’ 방식이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는 이야깁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애초부터 양자회담 형식만 논의됐을 뿐 ‘풀 어사이드’ 거론은 낭설에 가까운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백악관 쪽 이야기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AP의 순방동행기자는 아예 “백악관이 터키, 한국과의 정식 만남을 취소했다. 대신 그들과 G-20에서 비공식적으로 대화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에 대해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상회담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라고 트위터를 날리기도 했습니다.



새라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의 트위터. 한미정상회담이 취소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 공군 1호기를 타고 트럼프 대통령을 수행 중인 AP 기자의 기사를 반박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청와대와 백악관이 하나의 사안에 대해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한 셈입니다.


정식 양자회담이건 ‘풀 어사이드’건 형식이 뭐 그리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재유지 등을 놓고 미세한 균열조짐을 보이는 한미동맹을 다시 공고히 하고, 북-미간 비핵화 대화 움직임이 재개되는데 의기투합만 된다면 서서 이야기 하던 양자회담 장에서 주요 참모들을 앉혀놓고 이야기하건 상관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미정상 간에는 그동안도 여러 차례 다자정상외교 현장을 계기로 한 풀 어사이드 회담이 진행돼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흐름이라고 봅니다. 관계가 원활하고 한미가 모든 현안에 있어 찰떡공조를 이어가는 상황이라면 청와대가 형식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렵사리 남북철도공동조사를 위한 열차가 판문점을 넘어 북쪽 산하를 달리고 있지만 여전히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여부가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 정부는 북-미 비핵화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까지 성사되기를 고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좀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2014년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4월로 예정된 동남아 순방일정을 계획하면서 일본 방문도 확정했습니다. 그해 2월의 일인데 문제는 일본을 가면서 한국을 건너뛰려고 했던 게 문제가 됐습니다. 한국을 너무 자주 방문에 이번에는 쉬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봤지만 우리 외교는 일본을 가면서 ‘한국 패싱’을 하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보기 곤란했을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풀 어사이드가 아닌 정식 양자회담이 열린 것은 우리 외교력이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양자회담 장에 한미정상이 나란히 앉게 된 것이 공짜였을까 하는 의구심은 남게 됐습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