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포커스
제목'한국전쟁과 진화하는 국제질서' 콘퍼런스 2
2022년 6월 24일 고려대 국제관 114호실에서 열린 컨퍼런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했다. 뒷줄 왼쪽부터 조상훈, 임성빈 페이버스 대표(전 청와대 기후환경 비서관), 남정호 중앙일보 칼럼리스트, 박철균 국방부 전 군비통재검증단장, 김상협 제주연구원장, 강성진 고려대 경제연구소장,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이재호 전 동아일보 이사, 웨이 추 미국대사관 국방부 무관, 김범중 전 극동대 총장, 안형우 AIT Network 사장, 김병기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앞줄은 왼쪽부터 이경재 헌정회 홍보역사연구위원회 위원장, 존 캐리 유엔사·연합사 기획장(준장), 이기수 전 고려대 총장, 조동혁 한솔케미컬 회장, 구자룡 화정평화재단 이사, 조용식 전 전북지방경찰청장.
탄소중립과 한-미 기후 에너지 녹색 동맹
탄소중립과 한-미 기후 에너지 녹색 동맹
“미국 주도 FMC(First Movers Coalition)와 한국 주도 GGGI(Global Green Growth Institute)에 상호 가입 필요”
김상협 제주연구원 원장/ 카이스트 초빙교수/ 20대 대통령직 인수위 상임 기획위원
지난 5월 새 정부 출범 직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가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Global Comprehensive Strategic Alliance)’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처음으로 가진 전화 통화에서도 기후변화를 양국간 전략 의제로 제시한 바 있다.
2050년 탄소중립 구현을 공동 목표로 두고 있는 양국은 이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은 물론 차세대 원전을 비롯, 재생에너지, 배터리, 전기자동차, 탄소처리기술(CDR), 전략 광물 확보와 식량안보에 이르기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가 환경문제인 동시에 경제와 안보, 기술 패권과도 직결된 ‘하이 폴리틱스(High Politics)’ 의 영역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미국 주도로 출범한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핵심 중 하나로 ‘Clean Economy)’가 명시된 것은 탄소중립 분야에서도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떠오른 인도를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에 포함시키고, 이에 앞서 아세안 10개국과의 특별정상회담을 개최한 미국의 행보는 탈탄소 시대에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 직후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특사 주도로 ‘FMC(Fisrt Movers Coalition)’ 결성 회의가 열렸다. FMC는 철강, 화학, 운송, CDR 등 8개 분야의 저탄소 녹색기술이 상업적 수준으로 발전하도록 참여 국가와 기업이 이를 우선적으로 구매, 수요를 키우자는 미국의 글로벌 전략이다. 영국과 일본, 그리고 인도 등 8개국이 창설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케리 특사는 다보스 포럼에 참여한 한국 대통령 특사단과의 면담에서 온실가스 배출 11위 국가인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요청하며 “녹색기술의 ‘스케일-업’과 시장기회 선점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케리 특사는 “미-중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에 관련해서는 중국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한다는 것이 기본방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6월 17일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국 경제를 중심으로 소집한 기후-에너지 정상회의(MEF:ㅡMajor Economies Forum)에는 케리 특사의 말처럼 중국을 포함, 한국 등 23개국이 참여했다. 이들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80%를 차지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가 ‘기후안보’와 ‘경제안보’의 양대 도전에 직면했음을 지적하며 ‘더 야심찬 온실가스 감축 과정에서 더 좋은 일자리와 더 좋은 경제를 함께 만들자’고 역설했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 도출과정에서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했던 중국은 그러나 이번에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기후변화라는 인류 공동의 문제에 新냉전의 또 다른 도전이 가중된 셈이다.
한국은 이 같은 복합적 상황에 입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전제는 한국이 아니면 대체 불가능한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불가결 국가(Indispensable Korea)’로의 태세 확립이다. 대전환기에는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만 합당한 존립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새롭게 맺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을 바탕으로 기후-에너지 분야에 관한 전략적 협력을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의 에너지 집약적 산업구조를 감안할 때 차세대 원전, 2차전지, CDR등 혁신적 녹색기술 개발과 시장확산에 미국과 동맹 차원에서 공조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FMC에 적극 참여, 기회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미국도 한국이 주도해 지난 2012년 국제기구로 설립한 GGGI(Global Green Growth Institute)에 회원국으로 참여, 상호협력에 나설 필요가 있다. 선진-개도국 17개 회원국으로 출범한 GGGI는 이제 43개 회원국을 둔 중견 국제기구로 성장하고 있는데 여기에 미국과 중국은 빠져있다. 미국이 GGGI에 참여한다면 한국과 함께 주요 개도국의 저탄소 전환을 뒷받침하며 녹색성장의 글로벌 기회를 확대해 나갈 수 있다. 맥킨지는 2050년까지 글로벌 탄소중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9조 달러의 투입이 필요할 것이라 분석하고 있는데 세계최대의 자산운영사인 블랙록 등 민간과의 협력(PPP)도 빼놓을 수 없다.
인류의 실존적 도전인 기후변화에 한국과 미국이 양국 차원은 물론 뜻을 함께 하는 국가들과 다자적 협력을 확대해 나간다면 궁극적으로는 중국도 여기에 참여하는 ‘그린 데탕트’의 시대를 열 수 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지구적 협력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