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포커스

제목“그들은 왜 낯선 땅에서 피를 뿌렸나”(3)[정전 70년, 끝나지 않은 6·25]
[7회]파병 16개국의 사연(3)

자국 상비군도 부족한 유럽 국가도 파병

네덜란드군이 가장 격렬한 전투를 벌였고 피해도 컸던 강원도 횡성에 풍차 모양의 참전 기념비가 세워졌다. 출처 국가보훈부

네덜란드는 보유중인 지상군이 인도네시아에 주둔하고 있는데다 1951년 5월 귀국할 예정이어서 정부는 파병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국내 참전지원자와 언론이 ‘한국참전 지원병 임시위원회’까지 결성해 정부에 참전을 강도높게 요구했다.(UN군 지원사, 217쪽). 국민 여론에 따라 지상군 파병이 이뤄졌다.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두 나라가 한 개 대대를 구성해 참전기념비도 두 나라의 부대가 모두 표시되어 있다. 출처 국가보훈부

벨기에와 룩셈부르크는 1949년 영세중립국을 포기하고 나토에 가입했다. 변변한 상비군도 없는 상황에서 두 나라는 통합 대대를 편성했다. 벨기에가 엄격한 기준과 적성검사를 통해 선발한 장병 중에는 전 상원의원이자 당시 국방장관도 포함됐다. 벨기에 6·25 전쟁 박물관이 있는 제3공수 대대에는 ‘임진강’ ‘학당리’ ‘잣골’ 등 벨기에 부대가 전투를 벌였던 지명을 딴 건물들이 있다고 한다.(황인희, 96쪽). 룩셈부르크는 연인원 100명을 파견했는데 당시 룩셈부르크 인구는 20만 명가량이었다.

왕실 근위대를 보낸 에티오피아와 공군 정예 보낸 남아공

춘천 에티오피아 전적비 옆에 에티오피아의 전투 상황과 인명 피해 상황이 표시되어 있다. 춘천=구자룡 기자

에티오피아는 2차 대전 때 이탈리아에 무장해제되었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황실근위대 정도만이 남아있었다. 하일레 세라시에 황제는 황실근위대에서 1천200명을 선발해 수도 인근 한국의 지형과 유사한 곳에서 훈련을 시켜 파병했다. 에티오피아는 ‘전사한 영웅들의 시신은 반드시 수습한다’는 전통이 있어 적진에 남겨두지 않는다. 붙잡힌 동료도 반드시 구해내 포로가 한 명도 없다고 한다.(황인희, 25쪽)

에티오피아 참전기념비 도로 건너편에 있는 전통 가옥 형태의 참전기념관. 춘천=구자룡 기자

강원도 춘천 이디오피아길 1번지에 있는 참전기념비는 1968년 하이레 세라시에 1세 황제가 친히 제막하였다. 한국에 새로 부임하는 에티오피아 대사들은 이곳부터 찾는다고 한다.

아프리카 최남단의 남아공은 206명의 전투비행대대를 파견하되 먼 거리 수송 문제로 항공기나 장비는 없이 병력만 보냈다. 대대 병력은 40일간의 항해 끝에 요코하마에 도착해 무스탕(F-51기) 전투기와 장비를 인수했다.

경기도 평택시 용이동에 있는 남아공 공군 비행대대 참전기념비에 3대의 비행기가 날아 오르는 모습이다. 전면 동물은 남아공의 상징 동물인 영양의 일종인 스프링복. 출처 국가보훈부

라틴아메리카에서 유일하게 참전한 콜롬비아는 1948년 4월 공산분자들에 의한 최악의 폭력사건으로 참변을 겪었다. 공산 반정부 게릴라 활동으로 내부 사정도 혼란스러운 가운데서도 유엔의 결정에 따라 파병을 결정했다.

콜롬비아 참전비와 병사. 출처 국가보훈부

의료지원 6개국

전쟁 기간 중 의료지원을 한 5개국과 독일도 포함돼 6·25 전쟁 의료지원국은 6개국이 됐다. 독일은 1953년 5월 6·25 참전 유엔군을 지원하기 위한 야전병원 설립 의사를 유엔본부에 전달했고, 이듬해 80여명 규모의 의료지원단을 파견했으나, 정전협정 체결(1953년 7월 27일) 이후 의료지원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6·25 전쟁 의료지원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2018년 6월 독일이 1954년 5월부터 부산에 적십자병원을 설립해 의료지원 활동을 펼친 것을 인정했다.

1990년 6월 덴마크 코펜하겐에 세워진 참전기념비. 출처 영문 위키피디아


참고 문헌
김계동 지음, 『한국전쟁 불가피한 선택이었나』, 명인문화사, 2014.
황인희 지음,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양문, 2022.
에드완 베르고 지음, 김병일 이해방 공역, 『6·25 전란의 프랑스 대대』, 동아일보사, 1983.
『UN軍支援史』, 국방군사연구소, 1998.
『6·25전쟁 참전사』, 국가보훈처, 2015.
『1129일간의 전쟁 6·25』, 육군본부 육군군사연구소, 2014.
『6·25전쟁 참전사』,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2014.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6·25전쟁 참전사』, 국가보훈처,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