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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맥아더의 ‘무사안일’ 북진(北進)과 호된 대가(4)[정전 70년, 끝나지 않은 6.25]
경기 파주 임진각의 트루먼 동상. 뒤는 미군 참전 기념비. 파주 = 홍진환 기자

▼ 미국의 핵무기 사용 논란

중공군이 대규모로 참전한 뒤 중국 동북 지방 등에 대한 핵무기 사용 여부가 논란이 됐다. 맥아더가 ‘크리스마스 대공세’를 명령해 1950년 11월 24일부터 시작된 유엔군의 총공세가 실패로 돌아가고 중국군의 남진이 계속되던 때였다. 트루먼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에 대한 발언으로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그는 11월 30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기자들이 핵무기 사용도 고려중이냐고 묻자 “미국은 핵무기 사용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 (active consideration)’를 항상 해왔으며 이러한 무기의 사용에 대한 권한은 전투사령관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핵무기 사용 권한을 맥아더에게 위임한 듯한 인상을 줬다.(러스, 357쪽)

트루먼(왼쪽)과 애틀리가 1950년 12월 4일 백악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뒤쪽에는 애치슨 국무장관(왼쪽)과 마셜 국방장관.

트루먼의 기자 회견 내용이 영국 언론에 크게 보도되자 영국 하원에서 애틀리 수상을 불러 따졌다. 애틀리 수상은 급히 워싱턴으로 날아와 12월 4일 트루먼을 만났다. 트루먼과 애틀리의 회담이 끝난 뒤 백악관은 황급히 해명성명을 내놨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이래 미국이 보유한 모든 무기에 대해서 그 사용 가능성을 검토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법에 의해 대통령만이 원자폭탄의 사용을 허가할 수 있고, 아직 그런 허가는 아무에게도 나간 일이 없다. 그런 허가가 있을 경우 현지 사령관은 그 무기의 전술적 운반책임을 지게 된다”고 밝혔다. 트루먼은 원자탄은 사용되지 않을 것이며, 동맹국과의 사전협의 없이는 미국이 결코 원자탄을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하지만 이른바 중공군의 2차 대공세(1950년 11월 25일〜12월 10일)로 미 2사단이 군우리 전투에서 참패를 당하고, 퇴로가 막힌 동부 전선의 미 10군단은 흥남을 통해 해상 철수하는 등 중공군에 밀리는 상황에서 ‘핵무기 카드’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맥아더 뿐 아니라 미 행정부에서도 핵무기를 사용하면 중공군 참전으로 인해 빚어진 문제들이 일거에 해결되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맥아더는 12월 24일 트루먼에게 핵무기 투하 지역을 망라한 리스트를 제출하면서 26개의 원자탄 투하를 권고했다. 여기에는 북한 뿐 아니라 만주의 중공군 및 북한군 보급선도 포함됐다. 미 합동참모본부는 핵무기는 아군에게도 피해를 주고, 정치적 파급효과도 크기 때문에 신중했고 결국 실행되지는 않았다.
핵무기 사용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직전 다시 검토됐다. 공산측이 미국의 요구를 쉽게 수용하면서 협정에 조인할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핵무기를 사용한 ‘대량보복 전략’을 구상하던 존 덜레스 국무장관이 제출하고 미 합참이 검토했다. 하지만 북한이 유엔군측의 휴전 협상 관련 내용을 대폭 수용하면서 실행되지 않았다.(박태균, 233쪽)

중국 베이징 인민혁명군사박물관 1층 홀 중앙에 세워진 마오쩌둥 동상. 베이징 = 홍진환 기자

마오쩌둥(毛澤東)은 미국이 설령 원자폭탄을 사용한다 해도 두려울 게 없다고 생각했다. 마오는 인도 네루 수상 앞에서 원자폭탄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인구가 얼만데, 원자폭탄으로 모조리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죠. 누군가 원자폭탄을 떨어뜨리려 한다면 나도 똑같이 대응해줄 겁니다. 1천만 명이나 2천만 명 정도의 인명 피해는 눈도 깜짝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요.”(핼버스탬, 540쪽)

참고문헌
김계동 지음,『한국전쟁 불가피한 선택이었나』, 명인문화사, 2014.
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 정윤미 이은진 옮김,『콜디스트 윈터』, 살림, 2009.
더글러스 맥아더 지음,『맥아더 회고록』, 일신서적, 1993.
딘 애치슨,『Present at the Creation』, Norton & Company Inc., 1969.
마틴 러스 지음, 임상균 옮김, 『브레이크 아웃』, 나남, 2004.
박태균 지음,『한국전쟁』, 책과 함께, 2005.
백선엽 지음, 유광종 정리,『백선엽의 6·25 전쟁 징비록』1권. 2020.
윌리엄 T. 와이블러드 엮음, 문관현 등 옮김,『조지 E. 스트레이트마이어 장군의 한국전쟁 일기』, 플래닛미디어, 2011.
정일권 지음,『전쟁과 휴전- 6·25 비록 정일권 회고록』, 동아일보사, 1986.
해리 S. 트루먼 지음, 손세일 옮김,『시련과 희망의 세월-트루먼 회고록』, 1968.
훙쉐즈(洪學智) 지음, 홍인표 옮김,『중국이 본 한국전쟁』, 한국학술정보, 2008.

구자룡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