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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중공군, 정교한 ‘덫’의 전술(4)[정전 70년, 끝나지 않은 6·25]
▼ 절반만 끊어진 ‘압록강 단교(鴨綠江 斷橋)’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압록강 단교’. 강 가운데부터 북한쪽은 1950년 11월 미군 폭격으로 부서져 교각만 남아있다. 단둥 = 홍진환 기자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압록강 단교(斷橋)는 북한쪽이 없고 중국쪽 교각만 남아있다. 다리의 절반만 폭격으로 부서진 것이다. ‘압록강 단교’로 보존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이곳은 중공군의 개입으로 인한 6·25 전쟁을 읽는 중요한 코드가 담겨 있다.
다리가 절반만 끊어진 것은 ‘중공군에 대한 미군의 공습은 저기까지’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압록강 중간이 국경인데 북한쪽 절반만 폭격한 것은 중국으로의 확전을 막겠다는 트루먼 대통령과 군 및 보급품 차단을 위해 다리를 끊어야 한다는 맥아더 사령관의 절충점을 보여준다. 중공군 개입에 대응하기 위해 다리는 폭격하지만 절반 밖에 하지 못한 확전론과 제한전의 갈등이 절반만 파괴된 끊어진 다리에 응축되어 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압록강 단교’ 끝에는 ‘역사의 귀감’으로 삼는다며 폭격 사실을 기록해 놓았다. 단둥 = 홍진환 기자
“워싱턴이 내린 제한 명령으로 나는 중공군의 대량 개입을 저지하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만은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스트레트메이어 장군에게 B29 폭격기 90대로 압록강 철교를 폭파하라고 명령했다. 폭격을 잘못하여 폭탄이 만주 땅에 떨어질 위험이 있어서 나는 그때까지 그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었다.”(맥아더, 222쪽)
1950년 11월 6일 맥아더의 명령에 따라 압록강 대교 등을 폭격하겠다는 스트레이트마이어 극동공군사령관의 전보를 받고 워싱턴이 발칵 뒤집혔다. 중간선거 전날 캔사스시에 있던 트루먼에게 애치슨이 긴급 전화를 걸었다. “사안이 중대해서 즉각적인 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트루먼은 “아군에 대한 즉각적이고 심각한 위협이 있을 경우에 한해서 허락할 것”이라고 했다. 미 합참은 도쿄에서 폭격기가 이륙하기 1시간 20분 전 전문을 발송했다. 영국과 협의없이 만주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렸다. 명령이 있을 때까지 국경 5마일 이내 표적에 대한 폭격을 연기하라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맥아더가 “대규모 병력 및 물자가 압록강 전 교량을 통해 만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고 있어 휘하 부대를 위태롭게 하고 궁극적으로 와해되도록 위협하고 있다”며 폭격의 필요성을 강조한 긴 전문을 보냈다. “합참의 지시는 중대한 재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즉시 대통령이 제기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애치슨, 600쪽)
브래들리 합참의장이 맥아더의 전문을 전화로 트루먼에게 그대로 읽어주었다. 부대가 위협을 당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 트루먼은 결정을 번복했다. 다만 “압록강 교량의 한반도측 연결 부분을 포함하는 한만 국경에 대한 폭격을 허락한다. 압록강의 댐이나 수풍발전소 폭격을 허락하는 것은 아니다” “만주의 영토와 영공을 침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 신의주의 압록강 건너편의 중국 랴오닝성 단둥은 변경 관광도시 중 하나다. ‘압록강 단교’가 변경 10대 관광명소 중 한 곳이라는 안내문과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단둥 = 홍진환 기자
스트레이트마이어는 “워싱턴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허가했다. 다리 절반만 폭격하려면 압록강 하류에서 일직선으로 비행하면서 폭격해야 한다. 그러면 적은 비행 코스를 알고 고사포를 발사할 것이다”고 했다. 실제로 이 작전으로 대공포 사격을 받아 부상을 입은 조종사는 “워싱턴과 유엔은 도데체 누구 편입니까”라고 물었다. 맥아더는 ‘절반 폭격’ 지시에 반발해 자신을 해임하라고 요청하는 전보 문안을 준비했다가 참모들의 만류로 찢어버리고 보내지 않았다.(맥아더, 224쪽). 맥아더는 “미국 역사상 야전 사령관에게 주어진 결정 중에서 이처럼 융통성이 없고 무모한 결정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영화 ‘디보션’에는 미 항모에서 출격한 비행기가 대공 사격을 받으며 아슬아슬하게 교각 사이를 지나며 폭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950년 11월 미군의 압록강 철교 폭격 장면.
트루먼의 수정 명령에 따라 압록강 교량에 대한 폭파가 11월 8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됐다. 8일 스트레이트마이어의 일기는 이렇게 기록했다. “첫 비행에서 B-29 3대가 교각 사이의 수면위로 비행하며 폭격을 했다. 중공군은 (실력은) 보잘 것 없었지만 대공포격을 해왔다. 두 번째 비행에서는 4대의 B-29가 다른 쪽 교량 첫 번째 교각 사이 수면위로 비행했는데 결과에 만족한다. 내일은 B-29가 남은 교량들을 휩쓸고 지나갈 예정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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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