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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혹한과 인해전술 이긴 장진호 철수작전(上)(3)[정전 70년, 끝나지 않은 6·25]
▼ ‘상감령 전투’의 상감령이 어디야?
중국 단둥 항미원조기념관 야외 전시장에 설치된 ‘상감령 전역(전투)’ 안내 표지판. 단둥 = 홍진환 기자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항미원조기념관은 중공군의 참전부터 1958년 북한에서 철수 할때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그런데 두 전투에 대해서는 별도의 코너를 만들어 소개한다. 상감령 전투와 장진호 전투다.
2020년 기념관을 새로 단장하면서 기념관 외부에 중국이 전쟁 시기를 구분하는 ‘1차〜5차의 전역(戰役)’을 동판에 새겨 놓았다. 여기에는 ‘상감령 전역’만을 따로 소개했다. 이전 기념관에서는 내부에 전쟁 당시 철원의 지형까지 모형으로 만들어 놓고 상감령 전투 소개에만 하나의 전시실을 할애하다시피 했다. ‘상감령 전역 주요 전투 일람표’ ‘상감령 주요 전투 지역’ 지도 등도 있었다.
중국 단둥 항미원조기념관의 상감령 전투 소개 코너. 단둥 = 홍진환 기자
중국이 이처럼 강조하는 상감령(上甘岭) 전투는 1952년 10월 14일부터 11월 25일까지 43일간 국군과 유엔군이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오성산(해발 1062m) 부근 삼각고지와 저격능선 부근에서 중공군 15군과 벌인 전투다. 중국은 가장 대표적인 승전이라고 선전하지만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598고지와 파이크스봉, 여배우의 이름을 딴 제인러셀 고지 등을 합쳐 삼각고지라 불렀다. 삼각고지 동쪽에 저격능선(538m)이 있다. 중국은 ‘삼각고지와 저격능선’을 합쳐 상감령이라고 부른다. 중국인들만 아는 명칭인 셈이다.
중국 단둥 항미원조기념관의 ‘혈전 상감령’ 안내문. 양측 모두 세계 전쟁 사상 유례없이 병력과 화력을 집중해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며 중공군은 땅굴 작전으로 43일 밤낮 이어진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둥 = 홍진환 기자
1952년 제임스 밴 플리트 미 8군 사령관은 유엔군의 사기를 고취시키고 휴전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자 이른바 ‘쇼다운(Show Down)’ 작전을 벌인다. 유엔군의 작전목표는 오성산의 전초기지라 할 수 있는 삼각고지(미 제7사단)와 저격능선(국군 제2사단)이었다.
하루 최대 30만발의 포탄과 500여개 폭탄이 떨어져 두 고지의 높이가 1~2m 낮아질 정도로 치열했다는 전투에서 중공군은 대규모 땅굴인 ‘지하 만리장성’으로 버텼다. 중공군이 총길이 250km의 전선에 구축한 갱도 길이는 287km에 달했는데 상감령에도 견고한 땅굴이 구축되어 있었다. 훙쉐즈는 “상감령 전투는 땅굴을 중심으로 한 방어체계의 우수성을 실제로 확인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훙쉐즈, 413쪽)
영화 ‘상감령’ 포스터
상감령 전투는 종군기자들에 의해 시시각각으로 중국 대륙에도 전해져 중국 위문단이 전선을 찾아가 공연을 하고 위문품과 위문편지도 보내는 등 ‘상감령 열풍’이 불었다. 중국에는 ‘레이펑(雷鋒) 정신’처럼 ‘상감령 정신’이라는 말이 널리 쓰인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조국과 인민의 승리를 위해 봉헌하는 불요불굴의 의지, 그리고 일치단결로 용감하고 완강하게 전투에 임해 끝까지 승리를 쟁취하겠다”는 정신이다.
상감령 전투에서 저격능선 전투에 참가한 2사단 등 국군 전사자는 4830명, 중공군 전사자는 1만4867명으로 중공군이 3배 이상이다. 하지만 고지는 중공군이 점령한 채로 전투가 끝났다. 중국에서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로 거둔 최대승리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중국에서 ‘상감령’은 영화로도 제작돼 많은 인기를 끌었다.
참고문헌
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 정윤미 이은진 옮김, 『콜디스트 윈터』, 살림, 2009.
로이 E. 애플먼 지음, 허빈 옮김, 『장진호 동쪽-4일 낮 5일 밤의 비록』, 다트앤, 2013.
마거릿 히긴스 지음, 이현표 옮김, 『자유를 위한 희생』, 코러스, 2009.
마틴 러스 지음, 임상균 옮김, 『브레이크 아웃』, 나남, 2004.
임부택 지음, 『낙동강에서 초산까지』, 그루터기, 1996.
훙쉐즈(洪學智) 지음, 홍인표 옮김, 『중국이 본 한국전쟁』, 한국학술정보, 2008.
구자룡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