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포커스
제목트럼프 vs 해리스…한국 안보 지형 어디까지 바뀌나 [화정 인사이트 ②]
미국 대선 열기 후끈…한미동맹 미래와 역내 안보 새판 짜기 적극 나서야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공화당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이후 후보로 확정되었고 민주당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전격 사퇴하면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사실상 후보로 확정되었다. 양자 대결이 펼쳐지면서 여론 조사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는 25일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닷컴 대회의실에서 미국 대선 전망, 한미동맹과 현황과 과제, 동북아 안보 전략을 점검하는 재단 연구위원 간담회를 가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김인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사회는 김영식 동아일보 재단협력위원장이 맡았다.
미국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한미동맹과 한반도 안보지형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화정평화재단이 25일 동아닷컴 대회의실에서 진행한 연구위원 간담회에서 김인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왼쪽부터)가 토론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선거전 급변에 롤러코스트 지지율
김영식=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급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과 공화당 후보로 지명,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사퇴에 이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지명되었다. 양자 간 롤러코스트 지지율이 나오고 있다.
박원곤= 미국의 6개 주가 핵심이다. 미시간, 애리조나, 네바다, 조지아, 펜실바니아, 위스콘신이다. 2020년을 기준으로 선거인단 확보가 다른 주와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바이든은 6개 주 가운데 펜실바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3개 주만 이겨도 270명 넘어간다. 반면 트럼프는 애리조나와 조지아는 반드시 이기고 나머지 중에서 하나는 이겨야되는 상황이다. 전체적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었다.
9월 말 세 가지 지표가 중요하다. 하나는 경제지표와 실물경제이다. 다른 하나는 현직 대통령 지지율이고, 마지막으로 유능함인데 나이가 핵심이다. 바이든 약점이었는데 해리스로 바뀌면서 상황이 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사진=변영욱 기자.
김영식= 트럼프가 피격직후 피 흘리면서 주먹을 불끈 든 그 장면이 민주당 유권자를 끌어오는 효과는 없을까?
김인한= 선거에서 이기려면 상대 당에 표를 주었던 사람들 마음을 바꾸고, 중도층을 공략하며, 자기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데리고 나와야 한다. 트럼프가 피격 이후 중도층과 지지층에 감동을 준 것은 맞다. 미국이 생각하고 있는 지도자 이미지에 부합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가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 자기가 살아났다는 “신의 가호”였다며 트럼프답지 않게 감성에 호소했다. 공화당 리더로서 미국의 현안 해결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김영식= 바이든에서 해리스로 민주당 후보가 바뀌는 과정을 중국은 어떻게 볼까.
김한권= 11월까지 지켜보면서 카멀라 해리스 리더십에도 초점을 맞출 것이다. 트럼프 1기에 미중 양자 대결이 많았지만, 바이든은 미국의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면서 중국을 다자적으로 압박했다. 부담을 많이 느꼈을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 1기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 체제에 균열이 나타나는 상황을 희망할 것이다. 특히 유럽연합과 주변 국가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강화할 것이다. 한국도 이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박원곤= 민주당 후보 교체 이후 세 가지 정도 변수를 봐야 된다. 첫째, 2020년에 비해 흑인과 히스패닉의 민주당 지지율이 굉장히 낮아졌다. 두 번째,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미국 대선 전까지 어떻게 해결이 되느냐다. 마지막으로 해리스의 부통령 후보가 누구냐다. 해리스 정체성이 확실하기 때문에 백인 남성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인한= 공화당에서는 해리스든 누구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며칠 전 미국에서 봤던 공화당 광고에서도 바이든 물러나면 누가 있는지 알지 하면서 해리스를 등장시켰다. 이제 어떻게 하면 해리스에 타격을 줄까 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박원곤= 공화당에선 해리스를 ‘급진 좌파’로 몰아붙여 중도와 보수를 다 가져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전략이 상당히 먹힐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승리 때 북미 협상 재개 가능성
김영식= 미국 대선은 한미동맹의 방향과 우리 안보에 직결된다. 특히 북미관계는 트럼프 2기에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김한권= 중국은 트럼프가 승리하고 북미 간 협상 가능성이 높아지면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는 부분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혹 협상 과정에서 중국 배제 이른바 ‘중국 패싱’을 우려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 북중 관계가 껄끄럽지만 결국엔 북한도 중국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며 예전처럼 관계개선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를 관리해 나갈 것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 사진=변영욱 기자.
김인한=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는 중국보다는 국경문제다.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 혹은 중국 그리고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다음이 북한이다.
박원곤= 트럼프는 후보 수락 연설 등에서 ‘바이든이 대북 정책을 망쳤다’라고 했다. 그리고 국무부가 아닌 백악관 중심, 대통령 중심의 외교를 회귀하겠다고 한다. 북한이 우선 순위는 아니지만 보여주기 식의 대화 가능성이 높다. 2018년처럼 북핵 실험과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실험을 적당히 선언하고 미 본토는 안전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일부라도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 우리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한미동맹 다 깨지고 주한 미군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가 원하는 건 영향력을 가지면서 팔을 비틀어서 비용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김인한= 북미 협상은 진행될 수 있는데 트럼프 2기 4년 내에 속도 내기 힘들 것이다. 하노이 노딜에서 트럼프는 북한이 비핵화 할 생각이 없는 것을 본 것이고 북한 김정은은 영변 플라스가 필요한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트럼프가 스스로 협상의 달인이라고 하는데 이를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원곤= 북미 핵협상은 인기 없고 힘든 이슈다. 트럼프가 최악의 시나리오 선택 시 미국 내비판과 함께 핵심 동맹국들의 핵무장 이야기가 불같이 일어날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19년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트럼프가 된다면 내년에 핵 보유국 인정과 일부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핵 군축협상 승부수를 띄울 것이다.
김인한= 지난번 북-러 협정에서 군사 자동개입 여부도 중요하지만, 군사 기술 협력과 지금까지의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이다. 북한은 계속 러시아에 무기를 팔고 러시아는 북한에 물자를 주고 있다. 숨 쉴 공간이 마련된 북한은 정면 돌파의 좋은 조건이 만들어졌다.
김영식= 북한의 핵개발 진전을 막아야 할 중러 역할이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우리는 이렇게 손 놓고 지켜봐야 하나.
박원곤= ‘억제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대화할 생각이 없다. 2019년 10월에 분명하게 자신들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선 보장해줘야 의미 있는 대화를 하겠다 라고 했다. 생존권은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전략자산 전개 영구 중단이고, 발전권은 5개 유엔 제재 다 해제요구다. 북한은 대화를 일단 중단시켜놓고 핵 능력을 고도화 했다. 우리는 비핵화를 계속 추진해야 하는데 트럼프 등장은 적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김영식= 한미동맹은 안보의 핵심축이다.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하나. 특히 트럼프가 집권하면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주한미군 주둔 규모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박원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연말에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선거 결과와는 관련이 없다. 트럼프가 되어도 연합훈련이나 전략자산 전개는 우리가 갖고 있는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항목에 없다.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를 개정해야 되는데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다른 협의체를 만들어서 합의를 하자라고 할 가능성이 있다.
김인한= 트럼프는 방위비 협상 타결을 존중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걱정이 되는 것이 한국정부가 전략자산 전개와 방위비 분담에 문제에 많이 힘든 상황에 놓일 것이다. 트럼프은 물론 우리 국회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약간의 충격은 있겠지만 한미동맹 정신이 악화된다든지 주한미군 철수 까지는 없을 것이다.
김인한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변영욱 기자.
한미동맹 근본 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김영식= 방위비 분담과 주한미군 규모 문제는 세트처럼 움직인다. 수 십년 간 이런 흐름이었다. 한미 동맹 100년을 생각한다면 안정적이고 미래를 향한 동맹의 방향이 필요하다.
박원곤= 미국은 아주 명확하게 동맹을 ‘격자형 구조’로 만들겠다고 했다. 양자 동맹이 아닌 나토 중심의 집단안보 체제와 같이 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되어도 바뀌지 않는다. 비용과 책임을 덜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동맹의 근본 구조가 바뀌는 것을 정확히 알고 거기에 맞게 대응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인한= 지난 70년 한미동맹 우리가 미국에 의존하던 비대칭적인 동맹이라면 이제는 포괄적 전략 파트너로 변해야 한다. 문재인, 윤석열 정부가 합의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수십 년간 제도화 되고 발전되어 왔지만 계속 같이 걸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김한권= 50년 앞을 내다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의 대외 전략과 대미 대중 정책은 장기적인 플랜 하에서 우리 지향점을 찾아야 한다. 한미 동맹, 미중 관계와 힘의 구조 변화, 한반도 전략적 가치 재평가 등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도 어떤 접근을 해야 하는 지 논의의 도입부다. 중요한 것은 전략적 자율성이다. 각국은 동맹의 공고화와 함께 전략적 자율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데 한국은 거의 금기시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일본은 지금 격자형 동맹 체계에 모두 참여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과 일본 이하에 다른 동맹국들이 있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호주도 쿼드(4자 안보체)와 오커스(중국 견제 목적의 다자간 협의체) 에 참여하고 있다.
박원곤= 전략적 자율성의 측면에서 한국이 어려운 상황이다. ‘담벼락에 앉아서 필요하면 이쪽으로 넘어갔다 이쪽으로 넘어가는 것’이 필요한데 북핵 위협과 핵 확장 억제를 미국이 제공하는 한 어려운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 유사 입장국들과 함께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적극 끌어가야 한다. 그것 외에는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가 등장하면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다시 흔들 것이다. 바이든도 자유무역 원칙을 흔들었다. 미국도 나토 국가도 함께 가야 하는데 한국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된다. 일본은 이미 격자형 구조를 파악하고 보험을 여기저기 들어두고 있다. 우리는 한미일 밖에 없는 불안정한 구조다. 우리도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한다.
김인한= 미시적인 차원에서 덧붙이자면 트럼프 2기가 들어서면 ‘미국 이익 우선’을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우리의 입장과 함께 미국의 이익과 어떻게 부합되는지 설명하고 설득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윤융근 화정평화재단 기자 yun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