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핵과 대북 군사옵션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예비역 육군 중장)
-동아일보 A10면 (2017년 10월 26일자), 주간동아 No.1111 보도
▣ 동아일보 2017년 10월 26일 A10면
김희상 한국안보문제硏 이사장 “북핵에 맞서 우리도 핵 개발할거라고 中압박 필요”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 강좌 “대북 군사옵션 코리아 패싱 막아야”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다면 우리도 사생결단으로 핵을 개발할 것이라고 공개 선언하는 것도 중국을 압박하는 방법이다.”
노태우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노무현 정부에선 대통령국방보좌관을 지낸 군사·안보 전문가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육군 중장·사진)이 제시한 북핵 폐기를 끌어내기 위한 방안이다.
김 이사장은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제4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북핵과 대북 군사옵션’을 주제로 열린 강좌에서 그는 북한이 ‘절대무기’인 핵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만큼 더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대북 압박의 키를 쥔 중국이 원유 공급 중단 등의 초고강도 제재에 나서게 하려면 한국도 초강수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와 핵을 운반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가 체제를 보장받기 위함이라는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북한은 1차 핵실험을 한 2006년 김정일 집권 당시에도 그 목적이 “통일의 원동력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는 것. 김 이사장은 “북한은 1차 핵실험 당시 이미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며 “북한이 적화통일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핵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현실에 눈감고 허송세월만 했다”고 비판했다.
김 이사장은 핵을 곧 정권 그 자체로 여기며 이를 폐기할 의사가 전혀 없는 북한을 대상으로 협상론을 꺼내는 건 “한국의 미래에 스스로 조종(弔鐘)을 울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6자회담’ 등 다자협의체를 이용한 협상에 나서겠다고 해도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중국은 북핵 문제만 나오면 6자회담을 거론하지만 결국 6자회담은 북한이 핵을 완성할 시간만 벌어줬다”며 “군사옵션을 사용하든 북한 정권을 바꾸든 일단 한반도 자유통일을 먼저 이뤄낸 다음 북핵을 폐기하는 것이 완벽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대북 군사옵션 실행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반면 한국 정부가 이를 주저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을 특히 우려했다. 북한의 핵 위협이 미 본토를 겨냥한 직접적 위협이 된 만큼 미국은 한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일본, 영국, 호주 등 다른 동맹과 함께 대북 선제타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 김 이사장은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동맹을 혈맹으로 재정비하고 미국과의 신뢰를 더 공고히 해 대북 군사옵션 사용에 있어 ‘코리아 패싱’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1026/86956394/1#csidx27a17cc9927969598234ba68788a928
▣ 주간동아 1111호
“북핵 위협받는 미국, 한국 빼고 군사작전 감행할 수도”
“만약 북한 핵·미사일이 실전배치되면 남북의 군사력 균형이 결정적으로 붕괴돼 혹시 평화가 유지된다 해도 종속적, 노예적 평화를 벗어나기 어렵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전 대통령비서실 국방보좌관·예비역 육군 중장·사진)은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10월 25일 개최한 제4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북핵과 대북 군사옵션’ 주제 강연에서 최근 정세를 이렇게 진단했다. “북한 핵개발이 완성 단계에 들어서면서 한국은 생사의 기로에 섰다”는 분석이다. 김 이사장은 이어 “우리도 전술핵 재배치나 자위적 핵개발 등 강한 압박을 해야 한다”며 “우리가 오늘 어떤 용기와 지혜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미래 100년 대한민국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이사장이 한 강연의 주요 내용이다.
군사력 균형 무너지면 ‘노예적 평화’
북한의 핵개발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면서 대한민국은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0월 19일 “북한이 대미 핵공격 능력을 갖추는 데 몇 달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북핵은 코앞에 닥친 위협으로, 바로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북한 핵·미사일이 실전배치되면 남북의 군사력 균형은 결정적으로 붕괴되고, 한국은 졸지에 전략적 피그미가 될 공산이 크다. 평화가 유지된다 해도 ‘종속적, 노예적 평화’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 경우 우리에게 핵이 있든, 없든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해도 응징 보복이 어렵게 된다. 우리가 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우리로서는 북한 핵·미사일을 어떻게든 폐기해야 한다.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이 핵을 폐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민 수백만 명을 굶겨 죽이면서 만든 핵은 북한 체제 정통성의 방증이자 권위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런 북한을 상대로 우리는 그동안 대화로 설득하고 달래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대북지원으로 다 굶어 죽어가던 김정일 체제를 살려내고 핵·미사일까지 만들게 했다. 국제사회의 ‘6자 회담’을 비롯한 ‘외교 경제적 제재’도 북한의 교활한 술수에 휘말렸다. 6자 회담은 말잔치로 끝난 셈이다. 러시아는 관심이 없고 일본은 영향력이 거의 없다. 미국도 주로 중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중국은 북핵 문제만 나오면 6자 회담을 거론한다. 그러나 6자 회담이 북한의 핵실험 시간 벌기와 식량·에너지를 얻어내려는 사기 수단이라고 꼭 집어 지적한 것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다. 중국이 정말 원유 공급을 차단하고 확실하게 대북제재 고삐를 죄면 김정은 체제도 오래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전술핵 재배치와 자위적 핵개발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매우 유용한 대책임에 틀림없지만 북한 핵·미사일 폐기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임시로 대처하는 방안일 뿐이어서 한계가 있다. 특히 미국이 전술핵을 배치하려면 ‘전략적 필요성 못지않게 동맹적 신뢰와 관리상의 안전’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전술핵 재배치나 자위적 핵개발론’을 적극 주장해야 한다. 북한이 정말로 핵 보유국이 되면 미국과 내밀히 협의해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폐기하는 것은 물론, 우리도 사생결단으로 핵을 개발할 것임을 공개 선언하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윤융근 화정평화재단 · 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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