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새로운 시대의 중국과 한반도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
-2018년 11월 26일(월)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
▣ 동아일보 2018년 11월 27일 A10면
“한반도 평화체제후 유엔군 주둔 논의해봐야”
“미래에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는 연합군(유엔군)이 계속 주둔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반드시 다뤄져야 할 것이다.”
추궈훙(邱國洪·사진) 주한 중국대사는 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가 연 제17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이같이 밝혔다. 중국 정부 인사가 평화협정 체결 후 유엔군 주둔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추 대사는 한반도 문제와 한중 관계를 주제로 한 강연 중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면 주한미군은 철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한국 국민들이 계속 (미군 주둔을) 원한다면 반대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이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라며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게 된 연원은 한국전쟁이었다. 주한미군 철수 질문은 전쟁의 잔재와 양자 동맹 문제 둘로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향후 평화체제 전환 시 유엔군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 문제도 논의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추 대사는 “원칙적으로 일국의 군대가 다른 국가에 주둔하는 것을 찬성하지 않지만 동맹의 역사적 배경을 존중한다. 다만, 제3국(중국) 안보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을 중국이 조종한다는 이른바 ‘중국 배후론’에 대해선 “아무런 근거가 없다. 중국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능력이 없다”고 했다. 최근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회담에 대해선 “지금 북-미 간의 어떤 문제 때문에 회담이 이뤄지지 않는지는 갈등의 원인을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추 대사는 “북한이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철회를 미국에 요청할 것이냐”는 질의엔 “질문할 필요가 있나? 당연한 이야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 갈등으로 중국인 한국 방문 관광객이 급감했는데 그 원인을 중국 정부 조치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과장된 보도”라며 “면세점 쇼핑 등은 한국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장기적 매력 포인트로 부족하다. 좀 더 좋은 방안을 모색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주간동아 1166호
“북한 비핵화 이행 가능성은 60%”
제17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새로운 시대의 중국과 한반도’
“미래 한반도에서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된 이후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킬지 여부는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사진)가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 · 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11월 26일 ‘새로운 시대의 중국과 한반도’를 주제로 개최한 제17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밝힌 말이다. 추 대사는 한중 양국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주요 현안에 대해선 중국의 관점을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 이후 주한미군 주둔 여부를 묻는 민감한 질문에는 “주한미군 주둔은 한국인이 선택할 문제지만 중국 안보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추 대사의 주요 강연 내용과 일문일답이다.
은혼식 넘긴 한중관계
올해는 중국에게나, 한반도 정세와 한중관계 측면에서나 특별한 한 해였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진한 지 40년을 맞았고, 수교 26년째인 한중관계도 지난해 25주년 ‘은혼식’을 넘기면서 새로운 25년을 향해 가고 있다. 중국의 발전과 한중관계가 모두 새로운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중국은 지난 40년간 끊임없이 개혁·개방을 추진했다. 또한 평화적 발전 및 평화 공존의 원칙에 입각해 모든 국가와 우호·협력관계를 발전시키고, 인류 공동체 건설을 촉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발전에 기여하고 국제질서의 수호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은 가까운 이웃이자 전략적 협력동반자다. 1992년 8월 24일 한중 국교 수립 이후 양국은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증대하며 눈부신 발전을 이뤘고, 정치적 상호 신뢰는 물론 경제·무역 분야의 협력도 심화해왔다. 또한 인문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양측에 실질적 이익을 가져왔다. 양국은 21세기를 향한 협력동반자, 전면적 협력동반자, 전략적 협력동반자의 ‘삼단뛰기’를 거쳐 △공동 발전 △지역 평화협력 △아시아 진흥 △세계 번영이란 ‘4개의 동반자’로 함께 나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중관계가 올바른 궤도로 복귀하고 각계각층의 상호 방문이 빈번해지며 전략적 소통도 이뤄져 활력을 되찾고 있다. 양국 무역액은 올해 3000억 달러(약 338조4600억 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도 중국은 다가올 새로운 25년에 한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실용적 교류 및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국민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올해 한반도 정세는 긍정적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중요한 국면을 맞고 있다. 대결보다 대화로 돌아섰고, 남북관계가 전면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이 대화를 재개하고, 한미 양국은 봄에 공동 군사훈련을 연기했다. 사실상 (중국의 주장처럼 북한의 도발과 한미연합훈련을 함께 멈추는) ‘쌍중단’이 시행됐다.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첫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9월 3차 남북정상회담과 ‘평양공동선언’ 등을 통해 긴장 완화 및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진전이 이뤄졌다. 중국은 남북 지도자들이 보여준 정치적 결단을 높게 평가하며, 양국 정상 간 합의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꾸는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주한미군 주둔은 한국인들이 결정
한반도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현재 한반도 정세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 첫째,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 둘째, 한반도 문제 해결의 역사적 기회를 맞았다. 셋째, 중국과 한국이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평화는 남북의 희망이자, 역내 국가들의 바람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중국 측의 일관된 입장일 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보편적 합의이기도 하다.
핵 없는 한반도를 만들려면 남북한은 물론, 한반도 주변국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중국은 남북, 북·미가 다양한 형태의 유익한 대화를 나누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6자 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요청한다. 중국은 또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적극적·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용의가 있다.
올해 초 남북, 북·미 정상회담 전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고 질문했을 때 10%가 안 된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10% 올리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50% 올렸으면 한다고 희망을 이야기했다.
“지금은 더욱더 낙관하고 있다. 내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긍정적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10%를 얹어 북한 비핵화를 60%로 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만 3번 만났다.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중국 지도부가 북한 지도부에게 개혁·개방을 권한 적이 있는가.
“중국 정부는 북한에 중국 모델을 권고할 마음이 없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 모델에 관심을 가진다면 기꺼이 우리의 경험을 공유할 생각이다. 개인적 견해를 말하자면 김 위원장이 집권 초 국내 개혁에 주력했는데, 그 방식이 중국이 초기에 취한 것과 비슷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한국 관광이 늘지 않고 있다. 단체관광객 모집은 언제부터 실행될 수 있는지, 단체관광객을 모집하겠다고 발표했는데도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 문제는 한중관계를 긍정적으로 발전시켜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대부분 저가관광객이다. 면세점을 매력 포인트로 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오래가기 힘들다.”
북한이 전향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취하면 사드 철수를 미국에 요청할 것인가.
“당연하다. 지난해 한중 양국 간 사드 문제와 관련해 단계적으로 적절히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치하는 것이라지만, 중국을 겨냥하는 목적이 있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면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동시에 주한미군이 제공하는 남한의 핵우산도 철폐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분명히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한미동맹은 양자 간 문제이며 거기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어떠한 입장도 없다는 점이다. 한국 국민이 미군 주둔을 원한다면 그것에 반대할 생각은 없다. 단,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중국 안보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윤융근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