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김정은의 도발과 한미동맹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
-2019년 12월 16일(월) 오후 2시 30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내셔널프레스클럽
▣ 동아일보 2019년 12월 17일 A8면
"전쟁 막기위해 北정권 변화 전략 세워야"
“전쟁을 막고 한미 간 평화공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선의의 대북 레짐 체인지’ 전략을 원칙으로 세워야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사진)는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개최한 제29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북핵 문제는 협상으로는 이제 늦었다.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단독 군사작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북한발 안보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공동 기조를 미국과 함께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정부가 미국과 한목소리를 내지 않고 이른바 ‘중재자’임을 내세우며 양다리를 걸치는 가운데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으로 미국을 공갈 협박한다면 백악관 참모들이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상황이 분명해졌다’고 인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한미상호방위조약상 미 본토가 위협되면 미국이 단독으로 작전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쟁까지는 아니지만 이것이 코피작전”이라는 것이다.
남 교수는 협상과 군사충돌이 아닌 제3의 옵션으로 한미가 북한을 변화시키는 ‘우발계획’을 세워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레짐 체인지는 쿠데타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갖고 있는 최대의 무기인 정보를 북한에 투입해 고도의 신경전을 벌여야 한다”며 “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사고방식을 흔들어야 한다. 언제까지 핵개발을 한 북한이 협박하며 우리 대통령을 두고 ‘소대가리’ 운운하는 일을 보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주간동아 1219호(46~47페이지)
"북 핵무장 막지 못하면 미국 코피작전 들어갈 수도...北 레짐 체인지 고려해야"
“북한이 핵무장으로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강력한 제재로 막지 못하면 안으로는 한미동맹이 와해되고, 북한 위기관리가 실패하면 미국에 의한 코피작전(제한적 예방타격)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사진)는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12월 16일 ‘김정은의 도발과 한미동맹’을 주제로 개최한 제29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연말 공세’를 이어가는 북핵 위기를 이렇게 전망했다. 남 교수는 이에 대한 처방으로 “협상과 군사충돌이 아닌 제3의 옵션, 즉 북한 체제를 와해할 수 있는 정보를 투입해 선의의 ‘레짐 체인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국정원) 1차장을 지냈다. 다음은 강연의 주요 내용.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
우리는 지금 두 갈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안으로는 다들 적개심에 가득 차 내전이라고 부를 만한 국론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밖으로는 적과 우방을 혼동하고 있다. 한미일 남방 3각 공조가 절실하건만 와해 우려가 나오고, 북·중·러 북방 3각은 부활하고 있다. 미국 정찰기가 한반도 상공에 등장한 것은 남북 모두를 향한 미국 측 경고다.
북한이 핵무장으로 치닫는 위기는 김일성이 1994년 미국과 제네바합의를 할 때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서훈 국정원장이 지난해 4월 평양에 다녀온 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했다”며 미국 워싱턴으로 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얘기했다. 하지만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이다.
김일성은 핵개발, 김정일은 핵실험을 얘기했고 김정은은 핵무기 실전배치를 서두르라고 한다.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 때부터 “인도-파키스탄 모델로 간다”고 했다.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금강산을 말하고 개성공단, 원산·갈마지구를 얘기한다.
이제 북한의 비핵화, 남북의 ‘평화쇼’는 종말 단계에 들어와 있다.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예견된 혼돈에 대응할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평화쇼를 벌인 탓에 국민은 평화가 온 줄 안다. 나는 2017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했을 때 한 방송에 출연해 한국 정부와 국민은 북한의 핵인질이 됐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은 “인질 상태의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일 통일의 주역이던 한스 디트리히 겐셔 전 서독 외무장관은 “국가의 존망이 달린 외교안보는 실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의 급변 사태를 얘기하는데, 남북 어느 쪽이 급변하고 있나. 북한은 체제 안정을 도모하는 반면, 남측이 급변하고 있다. 북한이 김평일 주체코 북한대사를 평양으로 불러들인 것은 김정은 우상화 작업이 다 끝났음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다. 북한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김정은이 ‘새로운 길’을 선포할 것이다. 새로운 길은 핵무기 실전배치가 유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북한에 대한 굴종, 중국에 대한 순종 외교는 러시아에 굴복했던 ‘핀란드화’나 다름없다. 북한에 강경한 태도로 나가면 북한이 서울을 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서울에는 조선 동포를 포함해 중국인이 100만 명은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과 가족 등 30만 명, 일본인도 20만 명이 살고 있다. 서울에 대한 공격은 남북 문제가 아닌 국제전이다. 쉽게 치지 못한다.
서 국정원장이 국회에서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김정은이 부산에 온다고 보고했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오지도 않았고 올 수도 없다. 경호 문제 때문이다. 병영국가 북한에서 왜 쿠데타가 나지 않는지 생각해야 한다.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에 지도자에게 주는 세 가지 교훈이 나오는데, 세 번째가 유사시 우방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우리는 파산했다”며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을 붙잡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북진통일을 외쳤지만 무슨 힘이 있었나. 반공 포로를 석방하면서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만들어냈다. 지금 한미동맹은 어떤가. 현 정권 2년 반 동안 뿌리째 흔들렸다. 한미동맹이 무너지면 한반도는 제2의 베트남이 된다.
美 단독 작전에 나설 수도
방위비 문제보다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 트럼프 리스크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방어 가치’에 대한 문제다. 미국 측이 한국을 방어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얘기다.
북핵 비상대책은 크게 3단계다. 핵무기나 핵물질 수출에 대한 ‘봉쇄(containment)’가 1단계, 세컨더리 보이콧과 해상 물자 공급 중단, 금융제재 같은 ‘차단(blockade)’이 2단계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가 ‘롤백(roll back)’, 즉 레짐 체인지나 코피작전이다. 여기서 레짐 체인지는 협상과 군사충돌이 아닌 제3의 옵션으로, 평화적인 방법을 통한 정권교체를 뜻한다.
북한이 핵무장으로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강력한 제재로 막지 못하면 안으로는 한미동맹이 와해되고 코피작전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한국이 미국과 한목소리를 내지 않고 이른바 중재자, 양다리를 걸치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은 한국 측의 동의 없이 단독 작전을 벌일 수도 있다.
결국 우리가 전쟁을 막고 평화 공조를 유지하려면 선의의 레짐 체인지 전략을 펴야 한다. ‘전략 현실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위기와 전쟁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윤융근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