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회의 자료
34차 한미 국제안보학술회의 보고서
COKUSS/CUSKOS 34th International Security Conference
2019년 한반도의 안보 도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전망
SECURITY CHALLENGES ON THE KOREAN PENINSULA IN 2019: PROSPECTS FOR PEACE AND STABILITY
2019년 6월 4일(화)
June 4(Tue.), 2019.
한미경제연구소(미 워싱턴DC 소재)
Korea Economic Institute (Washington DC)
주최: 한미안보연구회
The Council on Korean-US Security Studies
공동주최 및 지원 (Co-Sponsors)
미 한미안보연구회 (The Council US-Korea Security Studies)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 (The Hwajeong Peace Foundation)
델타에어에이전시 (Delta Air Agency)
해병대전략연구소(RIMS)
제1패널: 남북관계: 경제적 화해인가?
사회자 예비역 대장 김재창(한미안보연구회 명예회장)
발표 내용:
"대북 제재, 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줄타기: 남북한 경제 협력에 대한 한국의 정치-경제 모델과 미국의 인권
우려 해소” (Mr. Kyle Ferrier, Korea Economic Institute)
"대북 경제협력의 원칙" (Mr. Troy Stangarone, KEI)
토론자: Dr. Bruce E. Bechtol Jr., Dr. 정일화
사회자 예비역 대장 김재창
패널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1950년 한국전에 참전하여 한반도의 자유를 지켜주신 참전 용사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전쟁 후에도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신 분들께도 감사를 표한다. 이분들의 지원과 헌신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이 공산주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를 지키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결코 그분들의 헌신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제1 세션은 북한 핵에 대한 이슈다. 주로 경제적 측면과 정치·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할 예정이다. 3명의 발표자와 2명의 토론자를 모셨다. 각 발표자는 20분씩, 토론자는 10분 이내로 시간을 사용해 주시기 바란다. 먼저 첫 번째로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를 소개한다.
제1발제: “대북제재, 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오랜 역사와 뛰어난 명성을 지닌 한미안보연구회에서 주관하는 연례학술회의에서 발표 기회를 갖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제 생각, 의견, 연구결과 등을 여러분들과 함께 공유하게 되어서 매우 기쁘다.
오늘 “제재, 남북관계, 그리고 북한의 비핵화”라는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고, 제가 드릴 말씀의 핵심 내용은 현 시점에서 우리가 왜 북한을 상대로 제재를 유지해야 하는가와 관련된 사안이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우리는 북한에게 경제적 고통을 주기 위해서 혹은 북한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해서 경제제재를 지속하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 유지되고 있는 제재의 목적은 북한이 완전한 의미의 비핵화가 이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제사회와 약속을 지키고 협상테이블 참여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먼저 왜 지금까지 북한 핵을 포기시키기 위한 모든 대북정책이 실패했는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다. 냉전 종식 이후 지금까지 약 30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대북정책을 실시했지만 왜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는 데에 성공하지 못했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결과들이 나와 있다. 핵심적으로 얘기해서, 남북한 사이에 그리고 북한과 미국 사이의 거래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들의 핵개발은 온전히 생존적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이 주장이 안고 있는 논리적 문제점은 뒤로 하고, 일단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보면, 핵개발은 생존적 차원이라는 것이다.
북한 핵을 포기시키기 위한 한국의 대북정책은 매우 다양했는데, 진보정부들이 추진했던 관여정책 및 햇볕정책을 들 수 있고, 보수정부들이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혹은 박근혜 정부의 ‘신뢰프로세스 및 통일대박’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든지, 기본적으로 보수정부든 혹은 진보정부든 우리가 제안했던 모든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지원 및 사회교류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은 생존을 위한 것인데도 우리의 제안은 경제 및 사회적 교류에 머물렀던 것이다.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미국)가 제안했던 정책이 상대적으로 경제 영역에 머물렀던 까닭에 북한이 요구하는바(생존)와 우리가 제안했던바 사이에는 근본적인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즉 북한 핵포기를 위한 기존의 모든 정책은 ‘안보(생존)과 경제’ 사이의 교환을 시도했던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 핵을 개발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북한의 입장에서 경제적 제안이 매력적이기는 하더라도, 생존과 맞바꿀 수는 없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저에는 이러한 논리적 접근과 해석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생존을 위해서 핵을 개발한다는 북한의 논리를 일부 수용하여, 핵을 포기시키기 위해서는 또 다른 형태의 생존(평화)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정책 기조가 ‘비핵평화 프로세스’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체로 한국의 학자들은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북한 비핵화 정책이 실패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미국과 중국의 입장 및 대북정책에 있다. 사실 미국은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표해왔고 또한 중요한 국제안보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북한 및 한반도의 자신의 모든 외교안보정책 자산을 투입했느냐를 따져보면 조금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러한 과거의 상황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라는 표현에서부터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한반도 비핵화에 많은 관심이 있다고 얘기는 반복했지만, 북한 핵문제를 끝내기 위해서 중국 역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지 않았다. 한 마디로 북한 핵문제를 바라보는 한미중의 입장이 각자 조금씩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ICBM 개발에 성공하고 또 6차례의 핵실험을 거쳐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이 되면서부터 미국은 북한문제 해결을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었다. 미국이 활용할 수 있는 외교안보정책 자산을 가능한 모두 동원한 접근법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과거 상황의 배경에는 북한의 논리구조가 성공을 거둔 측면이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핵개발을 자신의 생존 차원이라는 주장과 함께, 북핵은 철저하게 한반도 차원에서만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가 한반도 영역 바깥으로 벗어나지 않고 한반도 차원의 문제에 머문다면, 중동 우크라이나 유럽 에너지 환경 등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외교안보 사안에 먼저 정책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제네바합의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지를 설명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상과 같이 북한이 원하는 바와 우리가 제안한 바가 근본적으로 달랐던 점,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북핵문제를 대하는 태도 및 복잡한 전략적 고려가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2018년 이후 조성된 급격한 상황변화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다. 2017년의 전례가 없는 위기를 뒤로 하고 어떤 배경과 이유에 의해서 2018년 이후의 협상테이블이 조성된 것일까? 이 질문과 관련해서는 5가지 요인을 꼽아볼 수가 있다. 첫째, 가장 중요한 요인은 제재라고 생각한다. 현 시점에서 제재의 지속 여부는 매우 논쟁적인 사안임을 잘 알고 있다.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제재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노출했다고 본다. 영변 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정리하지도 못한 채, 영변 포기와 2016년 이후의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논란이 있었지만, 대북 제재는 분명히 작동하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신문 등과 같은 자료들은 매우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저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테이블에 참여하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경제제재를 꼽고 싶다.
둘째, 여러분들 중에는 혹시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수 있지만, 북한이 협상에 나오게 된 두 번째 이유는 바로 핵개발 완성에 있다. 2017년 11월 말 북한은 공식적으로 핵보유국가가 되었다고 선언한 바 있다. 물론 북한의 핵개발 완료 주장에는 과학기술적인 문제점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핵보유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는 그들의 주장은 비핵화 협상에 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든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셋째,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협상이 전개된 데에는 미중경쟁이라는 변수가 또한 작용하고 있다. 미중경쟁과 비핵화협상 사이에는 조금 복잡한 관계가 작용하고 있어서 쉽게 설명 드리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중경쟁은 북한이 비핵화협상 테이블에 참여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의 하나였음은 분명하다. 2012년부터 실권을 장악하게 된 김정은 위원장은 2013년부터 핵개발 속도를 높이게 되는데, 여기에는 미중경쟁의 심화라는 외교환경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미중경쟁의 심화가 2012년을 전후로 하여 본격화되었다는 주장이 많은데,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은 미중경쟁의 심화를 본인들의 생존을 위한 기회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 북한이 핵개발과 관련하여 유지하던 전략적 모호성을 포기하고, 적극적인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실험을 전개한 데에는 미중경쟁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미중경쟁이 글로벌 차원에서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더라도, 동아시아 차원에서는 현실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중충돌의 본격화되는 외교안보환경을 기회삼아 북한의 영구적인 생존을 보장받으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넷째로, 북한의 국내정치와 관련된 부분으로서 ‘병진전략’으로 알려진 핵개발과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북한의 국가전략과 관련된 부분이다. 병진전략은 김정은의 집권 이후부터 제시되기 시작한 일종의 북한의 국가비전인데, 제 생각에 김정은은 병진전략이 안고 있는 논리적 모순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북한은 핵과 경제를 동시에 목표로 삼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고, 어떤 형태로든 핵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만 병진전략의 두 번째 단계인 경제건설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2018년 이후 제재효과가 가시화되기 전에 비핵화담판에 극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정부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평화메시지 역시 중요한 요인의 하나였다고 판단된다. 북한을 향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경제건설이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또 밝은 미래와 평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문재인정부의 대북 정책 역시 북한이 비핵화 협상테이블에 나오도록 만든 의미 있는 요인 중의 하나였다.
협상이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고 북한이 아직 비핵화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현 시점에서 대북 제재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제2차 정상회담에서 2016년 이후 실행된 대북제재의 해제를 구체적으로 요구하면서 제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또한 제재가 북한으로 협상에 참여하는 유인책으로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줬다.
요컨대 제재는 북한주민들을 곤경에 빠기게 만들거나 북한을 붕괴시키기 위한 선택이 아니다. 북한이 보다 진지한 자세로 협상테이블에 임하게 만다는 유인책이고, 과거 수없이 반복되었던 약속 파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방지책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지금까지 북한 문제를 놓고서 국제사회(특히 미국과 중국)가 일치된 견해와 입장을 보인 적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북한 제재에 대한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우 어렵게 형성된 대북 제재의 국제협력 모멘텀은 반드시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진지한 노력을 보인다면, 미국과 국제사회 역시 여기에 상응하는 적절한 대가와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제재가 적절한 수준과 합당한 방법으로 유지되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를 희망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