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회의 자료
제2발제: “줄타기: 남북한 경제 협력에 대한 한국의 정치-경제 모델과 미국의 인권우려 해소”
KYLE FERRIER(한미경제연구소)
오늘 남북 관계와 경제교류 이슈에 대해 발표하겠다. 일종의 사후약방문(afterthought) 같은 것이 될지언정, 우리가 남북 경제교류에 대한 도전요인이라고 하면, 이는 대개 유엔 안보리 제재조치를 의미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된 대화에서 미국의 인권제재에 대한 부분을 누락시키는 경향이 있다. 본인의 관점에서 보건대, 만일 북한의 핵프로그램과 관련 프로그램에서 비롯된 제재가 해제되면,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해 인권제재도 해제되어야 한다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이는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인권문제를 망각하면 (1) 경제협력이 자동적으로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시켜 줄 것이라거나, (2) 인권 우려가 영구히 모든 관련 당사자의 여타 정치안보적 우려사항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가정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우선 남한의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접근방식을 언급한 다음, 미국과 남한 간의 상이한 인권 접근방식을 논의하겠다. 남북 경제문제에 들어가기 전에, 우선 남북경제 프로젝트가 형성되는 환경을 이해할 필요. 이를 위해 약간의 학술문헌에 의존하겠다. 일반적 통념에 의하면, 남한은 1961년 박정희가 정권을 잡은 이후, 1998년 IMF 조건부 대출이 이뤄져 남한이 대부분의 금융제도를 개혁하도록 강요되기 전까지를 국가발전 단계로 볼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국가가 경제개입을 통해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1982년 일본에 대해 연구한 찰머스 존슨(Charlmers Johnson)의 모델이 훗날 남한에도 적용되었다. 본질적으로 이 모델은 일련의 제도적 규칙의 프레임을 준수하는 것이며, 여기에는 산업개편의 기획 및 조정을 관장하는 핵심기관, 그리고 국가주도 경제개발의 구상 및 실행의 촉진을 담당하는 실업계(business community)와의 정규적인 협조관계 같은 특징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 시기가 지나고, IMF 사태가 터진 다음에 국가주도의 경제개발 모델이 사라졌다. 그 여파로 온갖 제도들이 붕괴되고, 이를 지탱하던 체제도 해체되었다. 학술 문헌에는 이에 대한 반발도 연구되었다. 2016년 엘리자베스 더반(Elizabeth Durban)은 Developmental Mindset(개발지향적 사고)라는 저서에서, 반드시 제도가 아닌 사고의 1차적 중요성을 주장했다. 이런 사고가 계속해서 오늘날 남한의 경제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이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했던 국가주도 경제개발 시기의 유물(holdovers)이지만, 이들이 오늘날에도 한국의 경제판도를 좌우하며, 정책담당 엘리트 계층은 야망의 인식을 공유하며, 나아가 이러한 야망의 실현 방법에 관한 공유된 이해를 갖고 있다. 본질적으로 경제발전은 전략적 국가개입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는 남북 경제협력에 관한 남한의 계획에 반영되어 있다. 이는 재벌중심의 경협으로 나타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9월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에 이런 점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났으며, 그를 동행한 사람들은 삼성, LG, SK, 현대, POSCO 회장 등이었다.
그리고 당시 남북 경협을 위해 남한의 에너지 제공자인 KDB 산업은행이 정부지원 계획을 담당하고, 2018년 9월 방북 했던 인물들은 모두 북한에서 재벌들이 추진하게 될 개발 프로젝트를 이런 남한의 정부기관들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협의했다. 또한 이들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같은 거대한 정부계획을 수립하여, 그 속에 남한 정부가 원하는 남북경협의 추진방식과 관련하여, 지역 경제, 철도, 수송 및 에너지에 관한 거대한 개관을 제시했다. 따라서 이런 목적을 달성하려면 개발 지향적 사고방식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다음으로 인권문제를 언급하겠다. 그 이유는 장차 일부 주제들에서 남한과 미국이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남한의 접근방식은 ‘선 비핵화, 후 여타문제 처리’ 같은 것이다. 이는 만일 인권문제를 먼저 꺼내면 비핵화 협상이 애당초 불가능할 것으로 지레짐작하는, 북한인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려면 그 과정에서 인권을 비롯한 다른 모든 문제들을 거론해야 한다. 그리고 경제개발은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다. UNCOI 보고서에 의하면, 북한은 인권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한다. 북한 정권이 반드시 통제력을 제공하는 정치적 도구로서 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한다는 증거가 존재한다. 북한에서의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서는 어떻게 개성공단에 세워졌고, 또 북한 노동자들이 직접 임금을 수령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것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권문제에서 미국의 접근방식은 입법권과 행정권의 중앙집권적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국가권력의 분권화, 즉 대통령과 국회 간에 권력분립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미국에서보다 훨씬 강력한 국가권력의 일체화(synchronization) 현상이 이뤄지고 있다.
약 20여 년 전에는 백악관과 의회 사이에 일체화가 이뤄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16년과 2017년 대북압박이 가중되는 시점을 보면, 2016년 대북제재 및 정책이행 법안이 통과되고, 2016년에는 김정은에 대한 재무부 제재가 이뤄졌다. 2017년에는 북한에 대한 제3자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핵심으로 하는 ‘제재를 통한 미국 적대자 대응’ 법안과 행정명령 13호가 취해졌다.
2016-2017년 상황과 2018년 상황은 약간 달라졌다. 2018년 들어 의회가 인권문제를 대통령보다 더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면에서, 대통령과 의회 간의 이견이 더 많이 표출되었다.
2018년 7월, 싱가포르 정상회담까지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은 매우 강력한 관계를 유지했다. 의회는 2018년 7월 법안을 재승인했다. 이는 2004년 서명되었던 법안을 매 4년마다 재승인하는 것이다. 여러 다른 사안들에 추가하여, 동 법안은 인권이 북한과의 미래 협상에서 핵심적 관심사로 남아야 함을 강조하고, 북한 인권문제를 담당할 특별대표 직책을 신설(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미임명)했다.
2018년 12월에는 행정제재를 관장하는 재무부 소속 부서가 2016년 의회에서 통과된 제재법안에 기초하여 3명의 북한인에 재제를 가했다. 이에 따라 국무부 인권·노동부는 북한 인권상황에 대하여 보고해야 되며, 재무부 소속 OFAC(외국자산통제국)는 동 법안에 따라 블랙리스트에 오른 개인을 제재해야 한다. 따라서 이런 면에서 의회는 행정부에 제약을 가하게 되며, 이는 반드시 행정부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다. 그리고 북한법안에 포함된 오토 웜비어 은행 제약 조항은 크리드 밴 홀런 상원의원(메릴랜드 주)과 패트 투미(펜실베이니아 주)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초당적 제안으로, 북한과의 거래를 촉진하는 모든 은행에 대한 의무적 제재를 부과하므로, 이는 행정명령을 훨씬 초과하는 조치이다. 상기 사항들은 2017년 11월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으로,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에 재차 도입되었다.
피터 킹(롱 아일랜드 주) 하원의원은 북한문제에서 인권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는 다른 여러 사안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견해를 같이하지만, 북한 인권문제에서는 대통령에 반발하고 있다.
만일 북한과 협상이 타결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그렇게 되면 사실상 미국의 대북제재가 해제되어야 할 것이다. 만일 비핵화 이슈에서 미국과 북한이 합의에 도달하면 정확하게 어떻게 제재해제가 이뤄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행 미국법 하에서 2016년 제재법안이나 북한에 관한 미국의 제재법안에 제시된 바와 같이 인권문제를 향한 북한의 실질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한국 기업이 남북 경제협력에 참여할 경우에는 미국의 제재를 받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2016년 미국 제재법안 401조에 의하면, 북한이 6개 분야 모두에서 진전을 보이는 조건 하에서, 최대 1년까지 제재를 일시 중단(suspended)할 수 있다. 6개 분야 중 하나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생활조건을 개선하는 검증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다른 분야에서 만일 북한이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북제재가 유예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런 다음, 대북제재 종식(termination)을 위해서는 북한이 제재유예를 위한 모든 기준과 관련된 모든 규정들에 부합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이를 위해 북한 정치수용소에 억류된 북한 인민을 포함하여, 모든 정치범을 석방, 평화적 정치활동에 대한 감시 중단, 그리고 개방적이고 투명한 사회대표 선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이 모든 대북제재를 해제하기 위해서는 의회가 북한인권에 부과하는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 북한이 상기 조치들을 취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북한 및 제재와 관련된 법률을 수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권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만일 미 의회가 한국 재벌기업에 대한 제재에 나선다면, 이는 한미관계에 중대한 도전과제를 제시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미 의회는 한국의 대기업들에 대한 제재방안을 고려중이다. 이는 한미간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전반적 동맹관계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약 20년 가까이 대북제재가 취해짐에 따라, 협상 과정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제재 면제가 취해질 수 있게 되었지만,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가 진행형이므로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즉, 북한과 미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한국 재벌기업들의 처리 방식이 전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의 정치경제 체제 전반을 놓고 보면, 재벌들이 한국 정부와 국제시장(즉, 미국과 미국 은행제도) 사이에 끼어 고통을 받게 됨에 따라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이는 한국의 기업정책, 나아가 앞서 거론되었던 개발지향적 사고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익명의 재벌 중역은 미국 정부가 어떻게 이들과 접촉했는지를 말해줬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다. 당신은 평양에서 열린 이런 회동에 어떻게 개입하게 되었는가? 당신의 계획은 무엇인가?” 그래서 재벌들은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헤징(위험 최소화)을 하려 한다. 사실 그 회동으로 이들은 진퇴양난의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따라서 미국이 갖고 있는 근본적(underlying) 우려사항들을 해소하지 않고 계획을 밀어붙이게 되면, 미국은 한국 기업들을 겨냥하여 이런 제재조치들을 일종의 레버리지로 활용하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정부 차원뿐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도 양국 관계가 긴장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미 의회를 여러 다른 이슈 영역에 관련된 중요한 행위자로 간주한다. 그러나 북한인들에 대한 급여지불(payment)에 관한 한, 의회는 인권제재 면에서 중요한 행위자로 생각되지 않는다. 향후 남북 경제협력을 추진하는 경우, 한국은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으며, 어떻게 경제협력이 인권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