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회의 자료

제목제17회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변화하는 한반도 안보 정세와 동북아 한중일 협력-제1세션

북미 관계 변화와 한반도 정세


류텐총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부연구원)


2018년 싱가폴 정상회담(제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전반적으로 안정화되면서 북한이 새로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지 않고 미국도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은 가운데, 양국은 정상간 소통을 지속하면서, 2019년에 다시 하노이 회담(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판문점 회담(제3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이와 동시에, 중북, 남북한, 북러 관계 역시 전반적으로 개선되면서 빠른 발전을 보였다. 그러나, 북핵문제는 지금까지 실질적인 해결의 길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으며 북미 간 상호 신뢰 부족과 비핵화의 방식과 절차에 관한 이견으로 한반도 정세의 미래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존재하기 때문에 각국이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1. 
2018년 6월 12일 김정은과 트럼프가 싱가폴에서 북미 정상간 역사적인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회담 이후 양측은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평화 및 번영 추진,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공동 노력,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의 지속적 추진, 북한의 미군 병사 유해 반환 등의 내용을 포함한 4개 항의 기본 합의를 도출하였다. 트럼프는 ‘한미 공동 군사훈련의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과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군사 훈련을 하는 것은 협상 분위기를 저해한다는 점을 들어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싱가폴 정상회담에서는 북미관계의 단계적 전환을 실현하였고 북미정상회담의 정신은 향후 한반도 정세가 전반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북미가 ‘가까워지고’ 싱가폴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적 분위기가 한층 개선되고 북한의 외교도 계속 개방적으로 나아감으로써 중북, 남북한, 북러 등 다중 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였다. 김정은은 네 차례 중국을 방문하였으며 시진핑 주석도 역사적인 평양 방문을 마쳤다. 여러 차례의 상호 방문 과정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북 관계의 ‘변하지 않는 세 가지’  , ‘네 개의 원칙적 합의’  , ‘다섯 가지 중국의 지지’  가 중북관계 및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장기 정책의 기반임을 명확히 하였다. 2018년 9월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을 방북 초청하였는 바, 양측은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고 한반도 비핵화의 굳건한 의지와 양국의 지속가능한 양자 관계에 대한 공동의 염원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북미가 단독으로 핵문제 협상 채널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북과 남북한 사이의 좋은 관계는 정세를 안정화키고 옆에서 의중을 전달하는 정도의 역할만을 할 수 있을 뿐 비핵화 프로세스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
북미 간에 역사적인 첫 번째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향후의 방향을 제시하는 공동성명이 발표되었지만 정상회담 정신의 이행 및 북미의 후속 핵협상 진전은 그렇게 순조롭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부터 북한은 다양한 장소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중점은 신뢰구축 선행에 두어야 하며 평화 체제 구축과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쉬운 것부터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 즉 단계적으로 동시 행동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인데 먼저 첫 걸음은 일부 핵폐기와 부분적인 제재 해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가능한 비핵화(FFVD)’ 실현을 고수하며 그 전에는 대북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사실상 핵문제의 ‘일괄 타결’을 요구하고 단계적 방식을 거부하고 있다. 북미는 이에 대해 실무급에서 오랜 시간의 밀고 당기는 협상을 진행하였으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크고 시기가 아직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은 정치적 효과에 대한 고려와 정상간 직접 대화 혹은 돌파구 마련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2019년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회담 초반의 분위기는 매우 좋아서 ‘하노이 선언’이 곧 발표되리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실제 대화에서는 북한이 제시한 ‘영변+α’의 폐기를 통해 일부 제재 완화와 교환하려던 방안과 미국의 빅딜을 위한 제시 조건 사이에 핵심적인 견해 차이를 확인했으며 이와 함께, 이튿날 볼턴과 김영철이 참여한 확대정상회담에서 미국이 갑자기 그 이전에는 언급하지 않았던 북한의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협상이 난항에 빠졌고 종국에는 결렬되기에 이르렀다. 하노이 회담은 성과 없이 끝났으나 북미 관계와 비핵화 협상은 완전히 파국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양측은 비교적 적극적인 태도로 향후 대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미국측에서 대북문제에 대한 열정이 다시 줄어들면서 비핵화 협상이 ‘시간끌기’ 국면으로 돌입하였다. 트럼프는 단기적으로는 북핵문제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유리한 국면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자신에게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소극적이고 강경한 태도를 취하며 북한과 서로 인내심 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 역시 조금도 지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2019년 4월 9일부터 12일까지 북한은 노동당 중앙정치국 확대회의와 노동당 7기 4중전회, 제14기 최고인민회의 제1차 회의를 연달아 개최하면서 김정은은 중요 연설을 통해 북한의 대내외 정책에 대한 입장을 체계적이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정은은 대내적으로는 “우리 나라의 조건과 실정에 맞고 우리의 힘과 기술, 자원에 의거한 자립적 민족경제에 토대하여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내외 반통일, 반평화 세력들의 준동을 짓부셔 버려야 한다”, “북남관계를 지속적이며 공고한 화해협력 관계로 전환시키고 평화롭고 공동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나가려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미국에 대해서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기존 입장을 거듭 천명하고 미국이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을 존중하고 이해하여 성의를 가지고 “조미 쌍방의 이해관계에 다같이 부응하고 서로에게 접수가능한 공정한” 방식으로 비핵화 프로세스와 조미 관계를 추진하자고 하면서, 동시에 북한은 조미대화를 위해 타협하는 데에 서두르지 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올해말까지는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보겠다”고 함으로써 기한을 설정하여 미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강경하게 협상을 촉구하는 북한의 ‘외침’을 미국은 계속 받지 않고 있다. 북한은 5월초부터 연달아 9차례에 걸쳐서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KN-23)과 장거리 로켓포 발사를 진행하여 미국이 대화 요구에 응하도록 적절히 압박을 가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트럼프는 여기에 응하지 않고 있다가, 시진핑 주석이 6월말 북한을 방문한 이후 정치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판문점에서 김정은과 내용 없는 북미 3차 정상 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관계는 지금까지 계속 대치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
전체적으로 보면, 싱가폴 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의 상호 신뢰가 부족하여 비핵화의 방식과 절차에 있어 북미 간에 기존의 이견이 좁혀 지지 않고 있으며 협상도 실질적인 단계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이 느리고 안보리의 대북 제재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중북, 남북한 관계의 열기도 지금까지 표면에 머물러 있어 더 넓은 차원에서 경제무역과 투자, 인문 협력으로 깊이 있게 발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의 주요 정세가 만들어진 주요 원인은 미국에 있다. 한 편으로는 트럼프 정부가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진정성과 마스터 플랜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북핵문제를 국내 정치에서 점수를 따기 위한 카드로 보고 전술적으로 이용만 할 뿐 전략적 사고는 부족하다. 행정부 내부와 국제 전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과 북핵 정책에 있어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어 계속 혼란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미국이 장기적인 적대 관계로 인한 북미 간의 심각한 상호 불신 문제를 간과하여 북한을 존중하고 북한을 평등한 협상 상대로 보지 않기 때문에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방식을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일방적 무장해제’를 강요하는 것에 다름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제3국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면 이러한 발상은 현실을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현재 한반도 정세는 ‘위독한 상황은 넘겼고’ ‘생명에 위험은 없지만,’ 북미 관계는 ‘병의 근원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이며, 더군다나 핵문제는 날로 ‘복잡하게 얽혀서 몸 속 깊이 병이 퍼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숨겨진 위험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우선, 미국이 비핵화 협상을 장기간 미뤄두고 북핵문제를 방임할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는 트럼프가 대선이후 ‘대화 거절 + 최대한의 압박’ 정책으로 회귀하고 목표를 북한 정권 교체에 둘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주변국, 특히 중일한 3국에게는 엄청난 안보 리스크가 생기게 될 것이다. 셋째는 북한이 다시 핵과 미사일 발사의 길로 나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험을 예방하고 실질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해서 중일한 3국은 협력을 강화하고 북한과 미국이 조속히 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트럼프 행정부가 객관적인 현실로 돌아와서 북미 협상을 재개하고 한반도 안정을 공고히 할 수 있도록 하며, 나아가 비핵화의 과제와 동북아 평화 체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여 동북아 지역의 장기적인 안정을 실현해야 할 것이다.